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쌓이고 노고가 보태져 만들어지는 일. 혼자만 잘해서는 잘해내기 어려운 일. 꾸준히 끈기있게 많은 사람들과 조화롭게 일해야 더 잘 될 수밖에 없는 일.
‘COURT’ 프로젝트는 유독 작전 같았습니다.
짧은 기간 내에 사업기획을 공간기획으로, 기획을 설계로 설계를 디자인으로 디자인을 시공된 현실로!
서로가 없었다면, 멤버들이 없었다면, 수많은 반장님들, 사장님들, 실장님들, 팀장님들, 그리고 그분들의 크루들이 없었다면, 그분들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없었다면 꿈도 못 꿨을 작전이었습니다.
여러 고마운 분들의 예민한 집착과 노고 덕에 장맛비를 이겨내고, 짧은 제작기간을 이겨내가며 이제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찌질하고 느끼하지만…이번 프로젝트는 아니 작전은 유독 고마움이 큽니다…고맙습니다 모두모두….
당분간은 연락 안드리겠습니다…
3대를 이어 가업으로 운영중이신 샘치과의 ‘2대’ 이건주 원장님께서 ‘1대’ 이춘근 원장님을 추모하며 정리하신 사진집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기억이 우리 정신 안의 어떤 단단한 틀에서 빚어져 나오는 것인 듯 우리는 기억에 많은 것을 의존한다. 하지만 같은 경험에도 우리 자신들만큼이나 다른 개개의 기억과 추억이 존재하지 않는가.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억보다 누군가의 기억을 존중하고 그 누군가의 기억보다 또 단 한 장의 사진, 짧은 메모와 같은 ‘기록’에 우리의 기억을 의지하게 된다. 그러니 이제 이렇게도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록이 없는 기억은 불안정하다.”
샘치과도 어제, 오늘 이틀간의 준공촬영으로 무사히 기록을 마쳤습니다. 장장 8개월의 기간동안 수도없이 그리고 상상하며 만들어낸 공간이어서, 정리하고 떠나보내는 마음이 유독 서운합니다.
혹시 임플란트를 하셔야한다거나, 사랑니를 빼야한다거나, 그냥 이가 아프다거나, 교정을 할까 고민된다거나! 기타등등 고민이 있으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샘치과1983으로 가세요 여러분. 안아프게 정말 잘해주십니다. (경험담입니다. 설계기간동안 실제로 사랑니도 빼고 임플란트도 했거든요. ㅎㅎ)
사진은 노경 작가님께서 촬영을 마무리하며 무려 아이폰으로 담아주신 샘치과의 입구. 작가님 magic…
작은 방과 아주 작은 주방이 있던 공간을 모두 허물어내고 거실과 통합해서 널찍한 주방이자 거실을 만드는게 압구정 구현대아파트(35평)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주된 개념이었습니다. 공간을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르는 수납 가구를 계획하면서,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어느쯤에 생길지, 혹은 생기지 않을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었어요. 지난 주말에 감사하게 초대를 받아 다녀왔는데, 이렇게 멋진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감동 감격)
프로젝트가 종료되고 나면, 공간이 저희를 떠나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몇 달 동안 컴퓨터 속에서 종이 위에서 보고, 그리고, 만들어보고, 시공하면서 또 몇 달을 그 안에 들어가서 고민하고 짓지만, 준공 후에는 공간을 떠나보내야 하니 가끔은 서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원하기도 하고요ㅎㅎ 시원섭섭!) 그래서 이렇게 아주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도감을 느끼고 또 매우 즐겁습니다.
지난 6일, 영광스럽게도 공간지 인터뷰를 했어요. 젊은건축가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9월호 인터뷰이셨던 쿠쿠루쿠쿠 박우린 소장님께서 감사하게 저희를 지목해주셨습니다. 두고두고 감사합니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하신다길래, 대대적으로 쓰레기를 버렸습니다. 폐기물 차를 한 번 불러야할만큼 짐을 빼고나니 좀 관리하는 사무실 티가 나요. 이 영광은 모두 저희를 인터뷰해주신 김예람, 최은화 기자님 팀께 돌립니다. 청소에 함께 힘써준 소현이 경은이도 감사합니다.
저희끼리 예상 질문을 생각해보고, 가상으로 답을 해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사무실인가, 어떤 것을 잘 해오고 있나, 어떤 부분이 부족한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3ab 사무실 이름부터 물어보실걸 예상했기에, 설계와 시공의 무게를 동등하게 가져가고자 세 명의 architect이자 builder인 우리 멤버들을 담은 이름이라고 잘 설명해야지 하고 준비했습니다. 아, 이것 빼고는 예상질문이 다 빗나갔다는 후기도 전합니다. (ㅋㅋㅋ)
Layer10 카페에서 인터뷰할 수 있게 해주신 허준성 대표님께도 감사 인사를 또 한번 남깁니다!
저희는 쉬지않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2020년에 즐겁게 임했던 Layer10 프로젝트가 건축문화 웹진에 소개되었습니다.
아래는 Layer10 프로젝트 설명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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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설계한 공간은 Layer10을 이루고 있는 3-4개의 서로 다른 건물군 중 우측 날개에 해당한다. 60년 된 공장부지를 사진 및 영상촬영 스튜디오로 컨버전하는 마스터플랜 중 30평 남짓의 작은 카페 공간과 파사드 리모델링을 맡았다.
우리가 설계한 공간이 장면마다 고유한 아우라를 풍기기를 바라며 작업했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공간보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매번 낯선 곳에 와있는 듯한 배경을 제공하는 공간이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고민이 중요했다. 파사드의 비율과 재료, 그리고 내부공간의 조형.
첫 번째, 파사드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가 가장 먼저 결정되어야했다. 설계 전 기존 건물에서는 2층 전면의 샌드위치패널이 매우 난감한 비율로 전체 사이트의 인상을 흔들고 있었다. 따라서,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지 정하기에 앞서 입면의 비율을 조정해서 이 건물의 존재감을 정립해줄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2층의 입면을 위아래로 길게 늘려 해당 건물을 크고 힘있는 있는 덩어리로 정리했다. 덩치가 큰 매스이기는 하나 위압적인 입면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하나의 연속된 면이기 보다는 framework에 의해 분할된 구조적인 인상의 면이기를 의도했다. (Diagram1)
입면 재료에 유리블럭을 사용한 것은 의뢰인의 요청에 의한 선택이었다. 유리블럭과 금속 프레임의 조합을 생각하니 1930년대 파리에 지어진 유명한 작품*이 떠올랐다. 감각에 의해 프레임을 나누기보다는 재료의 물성, 채광과 조망에 대한 필요에 의해 면을 분할하고 그 사이를 유리블럭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입면을 구성했다. 4×6 모듈의 유리블럭 묶음과 기성재료를 최대한 활용한 금속 프레임이 반복적인 시공과정을 통해 10m의 긴 입면을 완성하는 논리이다. 금속 프레임은 모듈을 규정하는 보조장치임과 동시에 벽 전체를 지탱하는 골격의 역할을 한다. 골격이 있으니, 추후 유리블럭이 아닌 다른 재료로 벽을 교체하는 상상도 해볼 수 있다.
파사드 디자인과 함께 내부 조형에 의한 공간감을 잘 살려내는 것이 설계상 큰 도전과제 중 하나였다. 크지 않은 공간의 중앙을 가로지르고 있던 벽은 구조보강 후 최대한 허물었다. 벽이 아닌 기둥을 사이에 둔 평행하게 펼쳐진 두 공간을 좁고 긴 평면모양의 두 개의 다른 방으로 생각하고 형태를 잡았다.
유리블럭 파사드에 가까운 쪽의 방은 유리블럭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출입구 위치를 조정하고 파사드 쪽 천장을 최대한 들어올렸다. 출입구 위치 변경으로 출입 동선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유리블럭의 공간으로 더 깊숙하게 빨려들어가는 효과를 기대했다.
기둥 너머의 공간은, 지붕을 지탱하는 붉은색 각파이프 트러스를 남긴 채 분위기를 살릴 재간이 없어 각파이프를 모두 가리는 방향을 택했다. 형태적으로는 유리블럭을 통해 들어온 빛을 머금는 느낌을 상상하며 길고 긴 볼트 형태의 천장을 만들었다. 두 개의 방은 사이에 놓인 세 개의 원형기둥은 부담스럽지 않은 관문의 역할을 한다. 기둥을 경계로 달라지는 천장 모양에 의해 분위기가 전환된다.
리모델링은 기존의 건물을 얼마나 남기고 얼마나 새롭게 덧대느냐에 의해 멋이 창출되는 측면이 있다. 얼마나 남기느냐의 결정은 기존의 건물이 가진 장점을 어떻게 풀이하는지에 따른다. Layer10 프로젝트는 사이트 자체에서 오는 멋스러운 ‘느낌’은 충만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실질적인 재료나 형태 면에서는 크게 남길만한 요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 새로운 재료와 형태를 덧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재료를 사용할 때도 날 것의 느낌을 살리기 금속의 경우 내부 원형기둥과 외부의 H빔의 마감방식이나, 실내 벽 공간에 철판을 덧댈 때의 이음매 등을 최대한 거칠게 살렸다. 외부 계단 또한 아주 새롭게 교체하지는 않고, 기존의 형태에 새로운 재료가 덧대어진 것이 밖으로 드러나 수선한 흔적이 남도록 의도했다.
대부분 프로젝트에서 순간의 장면보다는, 오래 머물렀을 때 좋은 장소가 될 여지를 생각하며 설계하는 편이다. 사진작가이면서 촬영스튜디오를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인 클라이언트는 몸을 돌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이 사진에 어떤 배경과 분위기를 제공하는지 고심한다고 했다. Layer10은 장소에 대한 고민에 더해, 사이트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카페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할 때가지, 방문객의 움직임 뒤로 변화하는 공간들이 의미있는 장면들이 되기를 바라며 디자인하고 시공했다. 강렬한 인상의 유리블럭 파사드, 길쭉한 평면의 내부공간, 수선의 흔적이 남은 오래된 건물의 재료가 잘 편집되어 많은 방문객들에게 낯선 시공간적 경험을 제공하기를 바란다.
* Maison de Verre, Pierre Chareau, completion 1932
포천 현장은 땅이 매우 넓습니다. 하울림HOWLLIM 이라는 멋진 이름의 펜션과, 쿠키, 타코 그리고 클라이언트 부부가 함께 사용할 공간을 이 곳에 계획하고 있어요. 쿠키와 타코는 아주 잘생긴 강아지 형제입니다.
땅을 고르고 있는 주택 부지 확인 겸, 아주 초기단계의 조경 미팅 겸 방문한 오늘은 초여름 같은 봄날이었어요. 왜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시꺼멓게 입고와서 사서 광합성을 했습니다.
너른 땅에 기초가 완성되고, 벽과 지붕이 생겨 빛과 비를 피할 수 있게될 그날까지 해야할 일들을 차근차근 해나가며 잘 완성합시다.
연희동 프로젝트 현장에 큰 골칫거리가 있어요. 지하1층 입구에 집수정에서 콰콰콰콰- 하는 큰 소리를 내면서 자동펌프가 무려 3분에 한 번씩 작동을 합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1층 거실에 앉아있어도 소리가 들리는데, 이전 집주인께서 어떻게 그걸 참으셨는지 신기할 정도에요.
설비사장님과 드디어 시간을 맞춰서 연희동을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있나요? 구조보강을 위해 장비가 들어올 때 땅 작업을 해서 집수정을 옮겨서 소리나는 위치를 최대한 멀리멀리 보내버리기로 했어요. 화장실 위치 협의를 하고 나니 지하 입구 쪽에 잔뜩 묻힌 배관도 철거 가능해져서, 또 하나의 고민거리였던 지하 출입구 높이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 가능해졌습니다.
클라이언트님의 직업이 PD이면 생기는일.
프로젝트 미팅 초반에, 지하공간을 어떻게 쓸지 함께 고민하면서 ‘벙커살롱’에 대한 기획 아이디어를 들었더랬죠. 지인들을 초대해서 함께 시음회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소셜클럽이 지하에서 벌어지면 좋겠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집이 완성된 이후 RGB house log 라는 제목으로 벌써 두 번째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 해주셨어요. 실제로 소셜클럽을 운영하고 계시네요. 메뉴판도 있어요. 저희가 클라이언트를 잘 만나 마감 이후 실제 생활도 엿보는, 이런 호사를 누립니다.
이론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론적으로, 우리가 하는 일은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바를 공간으로 해석해서 만드는 것, 그리고 이론적으로는 그 공간이 사용자의 생활과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경험과 상상을 버무려 기가막힌 솔루션을 제안할 것. 이론은 이렇지만 이게 현실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잖아요. 상상력과 실행력, 추진력을 겸비하신 클라이언트 가족 덕분에 저희가 덩달아 뿌듯하고….그렇습니다. 드림컴트루 이론현실화, 살짝 그런 느낌…그런거요.
링크는 여기 있는데, 누르면 바로 연결되게 하는 방법을 몰라 일단 써놓기만 합니다. 조만간 누르면 바로 연결되게 해볼게요!
https://www.youtube.com/watch?v=VQXhQ01aNpI&feature=youtu.be
오늘은 지난 35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이었다고 해요. 꼭 이런 날은 제일 추운 신발 신고 나가고, 저만 그런건 아닐거에요.
연희동에 나름 낭만적인 구석들이 있는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아직 설계 단계이긴 하지만, 몇 공간들의 천장고가 궁금해서 일부 철거를 해봤어요.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공간 천장은 왠지 조심스러워서 아직은 남겨뒀습니다.
연희동까지 왔는데 저희 셋은 칼국수집도 아니고 중식당도 아닌 H님의 소울푸드, 새마을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는 그런 마무리.
그동안 풀고싶었는데, 바빠서 못풀었던 압구정 이야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로 시작하는 민원 전화가 빗발치고, 경찰에 전화하겠다는 협박을 받아가며 기를 빨리고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40년 묵은 집을 털어내며 유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 중이기도 합니다. 존슨 미국대통령 내방기념 우표라니, 저런 북쪽나라 스타일 분홍색 봉투라니! 몽둥이로 쓰인건지, 의미가 있는 나무 쪼가리인지도 천장에서 떨어지고, 럭키 하이-펫트라고 쓰인 고대 유물같은 장판도 발견했더랬습니다.
이제 천장 석면 털어내고 샷시 철거하면 당분간 민원은 안들어오길 바라요. 제발…